[What we do]런던금융특구 시장, 그는 누구인가?
2016년 경제부총리 일정을 담당하는 비서관으로 근무할 때 일이다. 어느 날 영국에서 방한한 런던금융특구 시장, 영어로 로드메이어(Lord Mayor of London)로부터 부총리 면담 요청을 받았다. 첫 번째 드는 생각은 로드메이어가 이름인가? 둘째는 시장이 왜 부총리를 만나려고 하지? 였다. 단칼에 거절할까 하다가 혹시나 해서 담당 부서에 면담필요성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돌아오는 답이 의외여서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영국에서 금융서비스 산업을 대표하는 직위로서 여왕 다음 의전서열 2위이므로 특별한 현안이 없다 하더라도 면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랬던 필자가 영국대사관 재경관으로 지난 2월2일 김건 대사와 함께 로드메이어를 면담하는 기회를 가졌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금융회사 현황, ESG 및 환경문제, 한-영 FTA 등 다양하고 폭넓은 주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좋은 기회였다. 앞으로도 시티오브런던과 주영한국대사관은 좋은 관계를 지속 유지하기로 하였다. 이번 면담에는 영국에 진출한 우리 금융 및 투자 기관들도 함께 했다.
그런데 왕족도 아니고 총리도 아닌, 로드메이어가 어떻게 의전서열 2위일까? 전 세계 1~2위 금융특구 대표로서 엄청난 돈을 관리하는 수장이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역사적인 배경이 재밌다. 왕이 서거했을 때 그 소식을 왕세자 다음으로 통보받는다고 의전서열 2위라는 얘기다. 이는 역사적으로 겨우 사방 1마일(2.9km2)의 시티오브런던이 우리나라 조선시대 육의전처럼 왕실과 국가의식에 필요한 물품의 공급을 담당하고, 대신 상품의 독점권 등 특권을 왕실로부터 부여 받은 길드연합체였기 때문이다. 국왕의 장례를 준비하자면 로드메이어가 시티오브런던의 장인들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왕의 서거소식을 당연히 최우선적으로 통보받게 된 것이다. 시티오브런던의 장인들은 특권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하였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업종이 무역, 금융업 등으로 바뀌게 되었다. 현재도 로드메이어는 장인들이 세운 110여개 회사(livery companies) 구성원(liverymen)들이 투표해서 결정한다. 그렇다고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며 중앙정치의 영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시티오브런던의 25개 지역구(ward)에서 선출된 현직 선임의원(alderman)으로서, 일년에 두명 선출되는 로드메이어 보좌역(City sheriff)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어야 로드메이어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현 로드메이어인 빈센트 토마스 키브니도 2013년부터 선임의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2018/19년에 보좌역으로 근무한 바 있다.
우리나라 조선시대 육의전은 역사 속에서 소멸되었다. 영국은 점진적 개혁을 통해 실권이 없더라도 현재 왕정이 유지되고, 로드메이어라는 독특한 직위와 문화를 보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외부로부터 개혁이 없었더라면 2006년 방영했던 드라마 ‘궁’과 같이 입헌군주제가 되었을까 생각하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라는 말이 새삼 다가온다. 역사에 따라 경제 및 정치 시스템이 다른 것인데 어느 나라가 우위에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까?
주영대사관 재경관 천재호
Ambassador Kim and Minister Counsellor Chun had a meeting with the Lord Mayor of London, Vincent Keaveny, on 2nd February at Mansion House.
The Ambassador and the Lord Mayor discussed various topics such as the KOREA-UK FTA, ESG, environmental issues and the current status of Korean financial companies in the UK.
The Korean Embassy will continue to work closely with City of London to strengthen Korea-UK relations.